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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아파트 이야기 EP.06] 지금 이 아파트의 하루

legacy-road 2026. 3. 28. 12:16
[엑스포아파트 이야기 EP.06] 지금 이 아파트의 하루
EP 06 · 엑스포아파트 이야기

지금 이 아파트의 하루

좋고 나쁨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의 오늘을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엑스포아파트가 30년이 넘어가면서 관리비는 늘어나고, 노후화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아졌습니다."

— 오늘 글은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의 하루를 담아봤습니다.

5편까지 전민동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잠시 멈춰서,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려 합니다.

재건축 찬성도, 반대도 아닙니다. 그냥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하루를 솔직하게 적어보는 시간입니다.

아침 7시 30분, 주차장에서

Morning · 07:30

출근하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어젯밤 늦게 귀가했던 탓에 자리를 못 찾아 지상에 댔는데, 밤새 이중주차된 차에 막혀 있습니다. 방송으로 차 빼달라는 안내가 흘러나옵니다. 이런 아침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됩니다.

세대당 주차 대수 1.19대. 1994년 준공 당시엔 당시 대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집에 차가 두 대인 게 흔한 세상이 됐습니다. 지하주차장은 1층뿐, 지상 주차도 한계가 있습니다.

엑스포아파트 주차 현황
총 주차 가능 대수 4,723대 (지상 2,584 + 지하 2,139)
총 세대수 3,958세대
세대당 주차 대수 1.19대 (준공 당시 대전 최고 수준)
지하주차장 층수 지하 1층 (단층)

오전 10시, 보일러실 앞에서

Morning · 10:00

관리비 고지서를 확인했습니다. 중앙난방이라 겨울엔 사용량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이 청구됩니다. 낮에 집을 비워도, 잠깐 외출해도 기본료는 그대로입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찬 바람에 보조 전기히터를 켜는 날이 늘었습니다.

중앙난방 방식은 1994년 당시엔 최신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신축 아파트가 개별난방으로 지어집니다. 내 마음대로 온도를 조절하고 싶을 때,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2020년 주민 설문조사에서 난방 방식 교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오후 3시, 갑천 산책로에서

Afternoon · 15:00

갑천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억새 사이로 오리 두 마리가 유유히 헤엄칩니다. 2·3단지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은 32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아름답습니다. 계족산이 뒤로 보이고, 갑천 폭이 넓어 하늘이 시원하게 열립니다. 이건 어느 새 아파트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산책을 하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풍경은 재건축이 되든 안 되든 여기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집이 낡은 창문 너머냐, 새 창문 너머냐의 차이일 뿐이지요.

저녁 7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Evening · 19:00

2018년에 전면 교체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전에는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슴이 내려앉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조용합니다. 그래도 위층 가면서 귀가 멍한 건 여전합니다. 버튼 패널 가장자리는 낡아 테이프로 붙여놓은 곳이 있습니다.

밤 11시, 수도꼭지 앞에서

Night · 23:00

자려고 양치를 하다가 수도꼭지에서 잠깐 녹물 빛 물이 나왔습니다. 금방 맑아졌지만 마음은 찜찜합니다. 배관 노후화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얼마 전 아랫집에서 누수가 있었다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32년 된 배관이 버텨주는 게 고맙습니다.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불편한 것도, 여전히 좋은 것도 있습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여전히 좋은 것들
  • 단지 내 녹지, 숲속 같은 분위기
  • 갑천 천변의 탁 트인 조망
  • 엑스포코아 생활 인프라
  • 전민초·전민중 단지 내 학교
  • 탄탄한 건물 구조, 알크벽체 단열
  • 30년 쌓인 생활공동체
불편한 것들
  • 세대당 1.19대, 이중주차 빈번
  • 중앙난방, 개별 온도 조절 불가
  • 32년 배관, 간헐적 누수·녹물
  • 지하주차장 단층 구조 한계
  • 버스 배차 15~40분, 교통 불편
  • 관리비 매년 소폭 증가 추세

좋은 것들은 오래됐기 때문에 있는 것들이고, 불편한 것들도 오래됐기 때문에 생긴 것들입니다. 시간은 어느 한쪽 편만 들지 않습니다.

"불편함이 쌓인다는 건
그만큼 오래 함께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집을 사랑했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입니다."

이 글을 쓴 이유

재건축을 설득하려고 이 글을 쓴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입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이 불편함들을 바꾸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반대하시는 분은 이 좋은 것들을 잃기 싫어서일 것입니다. 둘 다 이 아파트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은 같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정보입니다. 알고 결정하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에피소드 예고

EP 07 — 재건축 패스트트랙, 쉽게 이해하기

15년 걸리던 재건축이 왜 갑자기 7~8년으로 줄었을까요.
제도 변화를 일상 언어로 풀어드립니다.

본 글은 엑스포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시리즈 포스팅입니다. 재건축 관련 공식 정보는 추진준비위원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