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오랫동안 인사를 나눠온 이웃을 만났습니다.
"저희 이사 가게 됐어요."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 뒤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짐을 싸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서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 단지를 떠난 이웃들 이야기입니다. 비난하거나 아쉬워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냥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담담하게 살펴보고 싶습니다.
2017년, 옆 동네에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엑스포아파트 4단지 바로 옆, 문지지구에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입주했습니다. 2017년 4월이었습니다. 1,142세대 규모, 최고 29층의 신축 아파트였습니다.
당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해링턴플레이스 24평(약 79㎡)이 엑스포아파트 49평(약 161㎡)보다 비싸게 거래됐습니다. 면적이 절반도 안 되는 새 아파트가 우리 단지 대형 평수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한 것입니다. 대전에서 신축 선호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웃들이 하나둘 짐을 쌌습니다. 특히 자녀를 둔 40·50대 가구, 더 넓은 주차 공간과 새 시설을 원하는 분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떠나는 흐름은 왜 생겼을까
엑스포아파트와 바로 옆 신축 아파트를 간단히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어느 쪽이 낫고 못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30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는 생활 환경에서 직접 느껴집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넓은 주차장, 단지 안에 있는 커뮤니티 시설, 개별 난방으로 내 마음대로 조절하는 온도 — 이런 것들이 이사의 이유가 됐습니다.
대전에서 신축 선호가 유독 강한 이유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대전은 특히 그 경향이 강한 도시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민동은 어떤가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민동 옛날에 정말 좋은 동네였는데, 재건축 시작을 하니 신기하네요. 대전에는 도룡, 둔산이라는 굳건한 동네가 두 군데 있고, 현재 그다음으로 도안, 노은, 관평이 있어서 전민이 잊혀진 지 오래였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만 제대로 진행되고 재건축까지 된다면 도룡·둔산·전민 라인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쓴 분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그냥 지켜보는 외부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 안에 현재 전민동의 위치가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잊혀진 지 오래'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 단지가 한때 대전에서 가장 주목받던 곳이었다는 걸,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이웃이 떠난 것은
우리 단지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주변이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면
지금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전 신축 선호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에는 계속 새 아파트가 들어설 것입니다.
오늘 글은 이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자는 겁니다. 설득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보자는 것입니다.
판단은 여러분이 하십니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자랄 이 동네의 10년 후 모습을 함께 그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