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우리는 이 아파트를 선택했습니다
1994년 5월, 엑스포아파트의 첫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그 해 대전에서는 세계박람회가 열렸고, 이 단지는 그 이름을 이어받아 새로운 도시의 얼굴이 됐습니다. 처음 이 열쇠를 받아 들었던 분들은 지금 30대 자녀를 둔 부모가 됐고, 그 아이들 중 일부는 이미 이 단지를 떠났습니다.
어떤 분은 신혼의 설렘으로, 어떤 분은 아이의 학교 때문에, 어떤 분은 가족과 가까운 곳이라서 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유는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아파트를 선택했고, 같은 계단을 오르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32년을 살아왔습니다.
시간
새 아파트의 냄새, 첫 이웃과의 인사, 상가가 하나둘 채워지던 날들
시간
아이들이 자라고 이웃이 깊어지고 이 동네만의 풍경이 완성되던 시절
시간
균열이 보이고 이웃이 떠나고 우리는 앞으로를 조심스레 묻기 시작한 때
이 시리즈가 시작된 이유
EP.01에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재건축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글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온 이 아파트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기 위한 글입니다."
그 원칙을 30편 내내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법령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면서도 틀리지 않으려 했고, 분담금 같은 민감한 숫자를 다루면서도 단정짓지 않으려 했습니다. 재건축이 좋은 것이라거나,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은 단 한 번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판단을 위한 재료를 드리려 했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살펴본 것들
30편을 통해 우리는 꽤 많은 것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재건축이 무엇인지, 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담금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조합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국의 비슷한 단지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지금 어떻게 됐는지. 반대하는 분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그 걱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이 글을 쓰는 2026년 4월, 엑스포아파트는 재건축의 첫 번째 행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제안이 신청된 상태이고, 조합 설립은 이르면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비구역 입안제안 신청
주민 동의를 받아 대전시 유성구에 입안제안서 제출 완료 (2026년 3월 기준)
정비구역 지정 행정 절차
대전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및 정비구역 지정 고시 대기 중
추진위원회 구성 → 조합 설립
주민 동의율 70% 이상 확보 후 조합설립인가 신청 (목표: 2027년 상반기)
사업시행인가 → 관리처분 → 착공 → 입주
재건축진단 통과 포함, 통상 조합 설립 후 7–12년 소요 예상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행정 절차의 속도, 주민 동의율의 추이, 부동산 시장의 변화, 법령의 추가적인 개정까지 수많은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다루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현재 단계는 재건축 절차의 맨 첫 관문에 해당합니다. 정비구역 지정이 고시된 이후에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됩니다. 이 블로그는 앞으로도 단계별 진행 상황을 계속 기록할 예정입니다.
찬성하는 분들께, 반대하는 분들께
이 시리즈를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재건축을 강하게 원하시는 분도, 여전히 반대하시는 분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그 어떤 입장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건축을 원하는 마음에는 더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간절함이 있습니다. 반대하는 마음에는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싶은 애착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아직 모르겠다는 마음에는 충분한 정보를 얻고 싶은 신중함이 있습니다. 이 모든 마음이 이 아파트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결정해야 할 것들
이 블로그는 계속됩니다
30편으로 시리즈의 첫 번째 장을 닫습니다. 그러나 엑스포아파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추진위가 구성되면, 조합이 설립되면 — 매 단계마다 주민이 알아야 할 새로운 정보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그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설득 없이, 정보를 담아서. 판단은 언제나 여러분께 드리는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 엑스포아파트의 어디선가 창문을 여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출근 준비를 하시는 분,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잠시 쉬시는 분, 은퇴 후 조용한 오전을 보내시는 분.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시든, 이 아파트에서 보내신 32년의 시간은 진짜입니다. 그 시간이 앞으로 이 자리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우리가 함께 결정해 나가겠습니다.
긴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엑스포 부동산 드림